호란은 양손으로 로브 자락을 걷어올리고 물이 차오르는 오아시스 기슭에 발을 디뎠다.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젖은 모래에 새겨진 발자국 위로 찰박찰박 물이 차올랐다. 사막의 모래는 물 속에 있다 해서 차가워지지 않는다. 발바닥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듯한 모래의 짓이겨지는 감촉과, 제 발을 파도처럼 쓸고 몸에 깃든 열기를 앗아가는 물과, 나무그늘 사이로 불어오는 물기 띤 바람, 바람, 드루이드는 고개를 들었다. 창백하게 흰 머리카락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새 소리가 들려온다.
들어올린 로브자락이 무색하게 앉자마자 로브 끝은 물을 먹고 말았다. 드루이드는 아랑곳 않고, 발자국 위로 연마된 조개껍데기를 하나씩 꾹 눌러 박아두었다. 발자국 하나에 조개껍데기 하나. 목걸이에나 쓸 수 있을 법한, 잘 갈아 날카로운 면 하나 없이 매끄럽게 마무리한 것이었다. 이 위로 다시 모래가 차오르고 물이 차오르고 시간이 차오르고 언젠가 이곳을 방문한 여행자들이 젖은 모래를 파 쉴 곳을 만들면, 그러다 이 조개껍데기를 발견하면, 왜 조개껍데기가 이곳에 있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작은 수수께끼와 작은 흔적.
호란은 발자국 위로 모래를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