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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8. 9. 12:38 - vedCAT

OUTRO

시작은 길수록, 끝은 짧을수록 좋은 것이지. 그러니 길지 않게 끝내겠느니라.

아마 이곳엔 다신 오지 못할 것이다. 나가는 순간 결계는 굳게 닫힐 것이며 이곳은 없던 것처럼 눈앞에서 지워질 것이니라. 밀레시안들이 틴이나 웨나를 만나고 나올 때와 같이.

계약을 파기하거나 한쪽이 영영 생의 불꽃을 잃어버리지 않는 이상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만나지 않는 쪽이 나은 것이겠지. 늘 그렇게, 자부심을 가져 왔느니라. 단 한 명도 돌아오지 않은 것에 대해.

그래도 가끔 생각날 때 부엉이로 소식을 보내준다면 고맙겠구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곤 해도 눈사람을 보다 보면 그리워지는 법이니.



(호란은 성수에 손을 적셨다.) 어쩌면 내가 내리는 마지막 축복이겠구나.

(호란은 초아와 오닉스에게 축복을 내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사계절은 긴 시간인데 함께해서 짧은 시간이였어. 있잖아. 만약 괜찮다면 내가 앞으로 걸어가는 길을 계속 함께 할 수 있을까?


(호란은 세이델과 시에르네에게 축복을 내렸다.)

일년.. 모든게 너무 길면서 짧은 시간이였고 함께하는길이 즐거웠어, 정말 행복했지만 이제는 헤어져야하는게 너무 슬퍼.
다시 함께 만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 모두들 고마웠어.

...시에르네에게는 따로 할 말이 있었는데. 내가 너무 잠들어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모든게 즐거웠어. 처음만났을때부터, 같이 싸우면서 아팠을때도 있긴했지만 나는 그때의 일도 정말 좋았어.
고마워, 시에르네.내 귀엽고 사랑스러운 정령아가씨!

마스터어...!(찌잉) 역시 마스터는 최고에요! 그 누구보다도 제일 멋있고 강하고 예쁜 마스터~! 아하하~!



(호란은 바이올렛과 데네브에게 축복을 내렸다.)

데네브님, 아니 데네브라고 할게요. 계약이 있던 그때, 제게 계약자로서의 삶을 바친다고 했었죠? 역시 그건 제게 너무 무거운 무게추예요. 그러니까, 떠나는 지금 이 순간 새로운 계약을 하기로 해요.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정령과 인간. 동료로서 함께 나아가는 관계로 말이예요. 이 부탁을 받아주시겠어요? (짧게 격식인사를 한다.)

안 될 것도 없이. 외려 그런 류의 계약이라면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도다. (마주 격식인사)


(호란은 칼과 벨에게 축복을 내렸다.)

여기에서 처음 만난 게 눈이 쌓인 겨울이었던 거 같은데 어느새 다시 겨울이 왔네요. 늘 옆에서 함께 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벨에게 모자란 밀레시안이었지만 이렇게 옆에서 계속 저를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벨과 함께 있던 시간
즐겁고 고마웠습니다. 나의 작고 사랑스러운 정령 벨님.

항상 고마워, 칼. 만나서 고맙습니다, 벨과 함께해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여행하자, 앞으로도 계속 놀자.
(다시 한번 손을 잡고 이마에 댄다.) 칼에게. 벨과 함께 수많은 가호와, 연금술의 지혜가 있길.


...


작별의 시간이구나.

모든 소망과 모든 비애와
모든 희열과 모든 비탄과
모든 기쁨과 모든 슬픔과
모든 희로애락과 모든 고락을 함께할
단 하나뿐인, 영혼을 나눈 동반자로서
영원토록 함께일 것을

가는 모든 길에 빛과 희망이 가득하기를
아픔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찾아오기를
인생의 오르막 앞에서 그 너머의 내리막을 볼 수 있기를

슬픔 끝에 기쁨이 오고
오랜 비 뒤에 무지개가 뜨고
한쪽 문이 닫히면 반대쪽 문이 열린다는 것을

그대들이 알아주기를
그대들의 눈에 보이기를

대지와 해양과 호수와 산을 굽어 살피는 이웨카와 라데카, 팔라라의 이름으로, 그대들의 앞길에 축복을 전하겠노라.

..잘 가거라.


(호란은 가는 길을 배웅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류트를 연주했다. 절정을 지나 희미해지는 곡조와 함께, 일행은 흰 빛에 감싸여 결계 밖으로 이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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